TSMC 점유율 독주 삼성 파운드리 하락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 TSMC가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더욱 단단히 굳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과 점유율이 나란히 하락하며 시장 내 존재감이 다소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 글은 ‘TSMC 점유율 독주’와 ‘삼성 파운드리 하락’이라는 흐름을 중심으로, 업계 지형 변화의 배경과 향후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다.

TSMC, 점유율 격차를 벌린 ‘규모의 경제’와 고객 락인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매우 정교하고도 빠르게 돌아가는 선단 공정 경쟁에서, TSMC는 막대한 CAPEX(설비투자)를 바탕으로 생산능력과 수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규모의 경제’를 노련하게 실현해 왔다.
특히 대형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량과 품질, 납기 조건을 촘촘하게 충족시키는 능력이 축적되면서, 한번 계약한 고객이 다른 파운드리로 옮기기 어려운 고착 구조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점유율 확대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촘촘히 맞물려 있다.
첫째, 선단 공정에서의 안정적인 수율과 검증된 생태계가 고객사의 선택을 더욱 보수적으로 만든다.
둘째, 패키징·검증·설계자산(IP)·EDA 툴 연동까지 포함하는 ‘통합형 제조 경험’이 누적될수록, 고객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TSMC를 우선 검토하게 된다.

정리하면 TSMC의 점유율 독주는 단발성 호황이 아니라, 기술·투자·생태계라는 세 개의 기둥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더욱이 AI, HPC(고성능컴퓨팅) 수요가 거세게 커질수록, 미세공정과 대규모 물량 대응 능력이 강조되기 때문에 우위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는다.

구체적으로 시장이 TSMC를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평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선단 공정 중심의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생산능력 확장
-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 물량 확보 및 가격 협상력 강화
- 방대한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공정 데이터 축적 효과
- CoWoS 등 첨단 패키징 역량 확대로 AI 물량을 흡수하는 구조

결과적으로 ‘1등의 선순환’이 작동하며, 점유율 격차는 더 완만해지기보다 되레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후발·추격 업체가 단기간에 균형을 맞추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 실적 하락의 배경과 ‘수율·고객 믹스’ 이슈

반면 삼성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매출과 점유율이 동반 하락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파운드리 산업은 본질적으로 ‘대형 고객의 안정적 물량’이 실적을 좌우하는데,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고객사들이 주문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며 변동성이 더욱 커진다.
여기에 공정 전환 과정에서의 수율 안정화, 제품 믹스 변화, 경쟁사의 선단 공정 신뢰도 등이 맞물리면 단기간에 숫자가 흔들리기 쉽다.

이번 흐름을 이해할 때 핵심은 ‘왜 하락했는가’보다 ‘어떤 요소가 발목을 잡았는가’를 세밀히 보는 데 있다.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포인트는 크게 세 갈래다.

- 선단 공정에서의 수율 안정화 속도: 고객사는 일정한 수율과 예측 가능한 램프업(양산 확대) 계획을 원한다.
- 고객 포트폴리오의 구성: 특정 산업(모바일·PC 등) 의존도가 높을수록 업황 하락 시 타격이 커질 수 있다.
- 패키징·생태계 경쟁력: 단순 웨이퍼 생산을 넘어 패키징과 설계 지원까지 포함한 ‘원스톱’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칩렛, HBM, 첨단 패키징이 하나의 세트처럼 움직이며, 파운드리의 기술력 평가는 더 입체적으로 변한다.
따라서 삼성의 파운드리 하락은 단순히 “주문이 줄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율·고객·생태계 전략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또한 시장은 ‘매출 감소’ 자체보다, 그 감소가 중장기적으로 고객 신뢰와 추가 수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파운드리는 한번 일정이 어긋나면 고객의 제품 출시 로드맵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뢰 회복과 재수주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은 메모리(HBM 포함)와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드문 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기 실적 하락 국면이 길어지더라도, 공정 로드맵의 신뢰를 회복하고 고객 맞춤형 대응을 강화한다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관측도 함께 존재한다.


독주 체제 속 점유율 경쟁의 향방: AI·첨단 패키징·지정학 리스크

TSMC의 독주가 굳어지고 삼성의 하락이 확인된 지금,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인가, 아니면 줄어들 것인가”로 모인다.
결국 점유율 경쟁의 향방은 세 가지 키워드, 즉 AI 수요의 폭발력, 첨단 패키징의 병목, 그리고 지정학·공급망 리스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AI는 선단 공정과 대면적·고성능 칩 수요를 매우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GPU·가속기·서버용 CPU 등은 생산 난도가 높고 물량도 크기 때문에, ‘검증된 생산 능력과 납기 관리’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자연히 TSMC처럼 대규모 양산 경험이 풍부한 업체가 유리한 구도를 이어갈 수 있다.

다음으로 첨단 패키징은 점유율을 다시 쓰는 ‘숨은 전장’으로 부상했다.
웨이퍼를 잘 찍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칩렛 연결과 HBM 적층, 고난도 인터포저/기판 등 후공정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AI 물량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 라인뿐 아니라 패키징 라인 확충, 파트너십, 소재·장비 공급망까지 동시에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지정학과 공급망 변수는 고객사의 ‘멀티 소싱’ 전략을 부추길 수 있다.
국가 간 갈등, 수출 통제, 현지 생산 요구가 강해질수록 고객사는 한 기업에만 의존하기보다 분산을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TSMC에 유리하게 작동할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 등 경쟁사에 ‘기회 창구’를 열어줄 여지도 있다.

향후 시장에서 점유율 변화가 발생한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 AI 고객사의 물량이 첨단 패키징 병목으로 지연되며 생산처 다변화가 가속
- 선단 공정 수율이 안정화된 업체가 가격·납기 경쟁력을 내세워 신규 수주 확보
- 지역 생산(현지화) 요구가 강화되며 고객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공급망 재편

즉, 현 시점에서는 TSMC 독주가 매우 견고해 보이지만, AI 밸류체인 전반(전공정+후공정)과 지정학 변수에 따라 점유율의 ‘미세한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들의 다음 분기 실적보다, 수율 안정화 공지, 패키징 증설 계획, 신규 고객 수주 발표 같은 ‘구조적 신호’를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결론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70%에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 체제를 굳히는 한편, 삼성은 매출과 점유율이 동반 하락하며 어려운 구간을 통과했다.
TSMC는 선단 공정의 안정적 수율과 대규모 투자, 촘촘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고객 락인을 강화했고, 삼성은 수율 안정화·고객 믹스·패키징 경쟁력이라는 복합 변수 속에서 실적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AI 수요 확대, 첨단 패키징 병목,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면 향후 점유율 구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재편될 여지도 남아 있다.

다음 단계로는 (1) 분기별 파운드리 점유율 변화, (2) 선단 공정 로드맵 업데이트와 수율 관련 발언, (3) 첨단 패키징 투자 발표 및 고객사 물량 배정 뉴스를 꾸준히 추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보면, ‘TSMC 독주’가 더 공고해지는지, 혹은 ‘삼성 반등’의 신호가 실제 수주로 연결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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